야구
[IS 포커스] '고심 끝 결론' 반 슬라이크, 두산에 어울리는 '옷'일까
스캇 반 슬라이크(32)는 두산에 어울리는 '옷'이 될 수 있을까.두산이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반 슬라이크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달 1일 지마 파레디스를 퇴출한 뒤 반 슬라이크 영입까지 꼬박 26일이 걸렸다. 국내 선수층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무리하게 대체 외인 영입을 추진하는 것보다 옥석 고르기에 꽤 긴 시일을 보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급하게 아무나 데려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 슬라이크는 김태형 감독이 원한 외인 카드에 부합한다. 김 감독은 지난달 6일 잠실 NC전에 앞서 "이왕이면 오른손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왼손 거포 김재환의 짝이 필요했다. 반 슬라이크가 영입되면서 우(반 슬라이크)-좌(김재환)-우(양의지) 중심타선이 만들어졌다. 타선에 다양성을 늘려주면서 부진에 빠진 오재일을 대신해 1루 수비까지 가능하니 금상첨화다. 6년 동안 빅리그에서 뛴 커리어를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두산이 뽑을 수 있는 최상의 가드라는 평가다.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반 슬라이크는 KBO리그 외인 시장에 아예 없었던 선수는 아니다. 지난달 15일 일본 한신과 계약한 에프런 나바로와 두산의 영입 후보군에 있었던 브라이스 브렌츠 그리고 코디 애쉬, 코디 데커 등과 함께 복수의 구단이 관심을 갖고 지켜본 타자다. 그러나 영입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A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잔부상이 많은 스타일이다. 몸 상태에 물음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 슬라이크는 2015년엔 등, 2016년에는 등과 오른 손목 부상으로 부상자명단(DL)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5월초 중이염 수술을 받아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B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최근 성적이 하락세였다. 간과할 수 없다. 류현진의 다저스 팀 동료였다는 것 때문에 높게 평가된 게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반 슬라이크는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타율 0.222, 6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PCL(Pacific Coast League)에 있는 오클라호마시티(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에선 타율이 0.242였다. PCL은 전통적으로 타자 친화적 리그다. 제이미 로맥은 SK와 계약 직전 PCL 엘 파소(샌디에이고 산하 트리플A)에서 타율 0.347로 맹타를 휘둘렀다.반면 반 슬라이크는 올해에도 PCL 뉴올리언스(마이애미 산하 트리플A)에서 타율이 0.248이었다. 정점을 찍은 2014년 이후 성적이 계속 하락했다. 중이염 수술 이후 타격감을 회복하는 추세였지만, 전체적인 성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관건은 역시 팀이다. C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두산은 외국인 타자 비중이 적지 않나. 수비 부담이 덜한 지명타자로 나가서 한 방씩 쳐주면 보탬이 될 거다"고 예상했다. 두산은 파레디스를 퇴출하고 치른 26경기에서 무려 18승을 따냈다. 이 기간 동안 팀 타율은 0.332로 압도적 1위(2위 롯데 0.295)였다. 반 슬라이크의 몸 상태가 100% 아니더라도, 타율이 심각하게 떨어져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외인이 리그에 적응할 때까지 여유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팀 중 하나가 두산이다. 반 슬라이크는 정확도보다는 한방을 갖춘 거포다. 마이너리그 통산 홈런이 114개다. A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다른 팀도 아닌 두산이 영입했기 때문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6일 1군에 합류할 예정인 반 슬라이크의 데뷔전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tbc.co.kr
2018.07.02 14:20